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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백 아흔번째 이야기) 천국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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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이재섭 장로 댓글 0건 조회Hit 438회 작성일Date 19-01-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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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의 온도

    천국의 온도는 몇 도일까? 작년 연말의 따뜻한 경험들 때문인지 최근 이런 엉뚱한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하루는 텔레비전에서 ‘할머니 엄마’에 대한 실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어린 딸을 남의 집 대문 앞에 버린 죄책감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던 여자가 노인이 다 된 나이에 우연히 남의 아기를 맡아 자신의 딸로 애틋하게 기르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친엄마로 여기는 어린 딸을 좋은 유치원에 보내려고 굽은 등과 아픈 허리로 온 종일 폐지를 주어 팔며 살고 있었다. 지하 단칸방에서 맹물에 밥을 말아먹으면서도 딸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밝고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록 친 딸은 아니지만 가슴으로 낳은 딸을 잘 키울 수만 있다면 어떤 고생도 문제가 아니라는 확신이 그녀의 눈에 번득였다. 집 밖에는 한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기세등등했지만 서로 볼을 비비며 살아가는 두 모녀의 좁은 방은 따뜻한 봄기운으로 가득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작년 마지막 주일날 태화관 주차장에서 있었던 가슴 따뜻한 경험이다. 그날은 날씨가 몹시 추웠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는 되는 듯했다. 그날따라 오래 손 놓고 있던 주차봉사를 하러 나갔다. 두꺼운 방한복을 입어 몸은 훈훈했으나 신호봉을 든 맨손은 금방 시려왔다. 10분도 되지 않아 손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성도님들이 총총 교회로 들어오시는 모습을 제일 먼저 보며 인사하는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추운데 고생하신다.”고 위로해 주시는 성도님들로 인해 더 없이 행복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시려오는 손은 어쩔 수 없었다. “집에서 장갑이라도 가지고 올 걸!” 그 때였다. 건물 유리문이 열리더니 김성식 집사님이 무엇을 들고 내게 뛰어왔다. “장로님 이거 쓰세요.” 하고 씨익 웃으며 뜨개장갑과 손난로를 건네주셨다. 얼결에 받아 든 장갑을 끼고 손난로를 잡고 있으니 손이 금방 따뜻해졌다. 주차봉사를 마치고 장갑과 손난로를 돌려주러 새가족부 방에 들어갔다. “장로님, 잘 쓰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손난로는 찬영이(유종훈 집사님 아들)것이니 찬영이에게 고맙다고 하셔야 해요. 하하.” 

    그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운 뒤에도 따뜻한 온기가 내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 천국은 그런 곳일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리어카를 끌며 허리가 굽도록 수고해도 부끄럽기는커녕 한 없이 기쁘고 설레는 곳, 추위에 언 손을 보면 달려가 뜨개장갑과 손난로를 서로 전해주는 그런 곳일 거야. 아무리 찬바람이 불어도 추위가 침범하지 못하는, 천국의 온도는 언제나 사랑의 온도일거야!” 언젠가 찬영이가 커서 추위 속에 내곡동 성전 앞에서 주차봉사를 할 날이 오겠지? 그날엔 내가 장갑을 벗어 손난로와 함께 찬영이 손에 슬쩍 쥐어 주어야겠다. 

    - 이재섭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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