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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백 서른 한번째 이야기) 뜨거운 오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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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안종빈 목사 댓글 0건 조회Hit 506회 작성일Date 17-10-16 06:45

    본문

    뜨거운 오후의 기도

    오도(午禱)   -  박두진
     
    백(百) 천만(千萬) 만만(萬萬) 억(億)겹
    찬란한 빛살이 어깨에 내립니다.

    자꾸 더 나의 위에
    압도(壓倒)하여 주십시요.

    이리도 새도 없고, 나무도 꽃도 없고,
    쨍 쨍, 영겁(永劫)을 볕만 쬐는 나 혼자의 광야(曠野)에
    온 몸을 벌거벗고 바위처럼 꿇어,
    귀, 눈, 살, 터럭,
    온 심혼(心魂), 전(全) 영(靈)이
    너무도 뜨겁게 당신에게 닳습니다.
    너무도 당신은 가차이 오십니다.

    눈물이 더욱 더 맑게 하여 주십시요.
    땀방울이 더욱 더 진하게 해 주십시요.
    핏방울이 더욱도 곱게 하여 주십시요.

    타오르는 목을 축여 물을 주시고,
    피 흘린 상처(傷處)마다 만져 주시고,
    기진한 숨을 다시 불어 넣어 주시는,

    당신은 나의 힘.
    당신은 나의 주(主).
    당신은 나의 생명(生命).
    당신은 나의 모두.……

    스스로 버리려는 벌레 같은 이,
    나 하나 끓은 것을 아셨습니까.
    뙤약볕에 기진(氣盡)한
    나 홀로의 핏덩이를 보셨습니까.

     뭐든지 가까이하다 보면 망설이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태양에 접근하는 탐사선이 그 크기와 열기 앞에 자신의 위기를 보는 것처럼,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선 사람은 존재가 사라지게 되는 운명에 맞닿게 됩니다. 시인의 표현처럼, 하나님은 너무도 뜨거우셔서 우리는 하나님에게서 닳아버리고, 너무도 가까이 다가오셔서 당혹스럽습니다.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온도로 서로 상존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내 살갗, 내 마음, 더 나아가 내 존재 그 자체라고 여겼던 “옛 사람”이 소멸해가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린아이가 때를 벗기고 씻기려는 엄마의 손길을 거부하고 울부짖는 것처럼, 우리도 “옛 사람의 소멸”을 거부하려는 본성이 있습니다. 시인도 그 본성의 몸짓을 본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자꾸 더 나의 위에 압도하여 주십시요”라고 뜨겁게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소멸을 알면서도 가까이하는 자에게, 하나님은 ‘나 홀로 핏덩이’와 같은 한 사람이 ‘뙤약볕 아래에 기진한’ 가운데 쓰러지게 두지 않으실 것입니다.
    “사람이 자기의 아들을 안는 것 같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가 걸어온 길에서 너희를 안으사 이 곳까지 이르게 하셨느니라.” - 신명기 1:31절 
     시인의 마지막 물음에 하나님은 이렇게 미리 답변을 남기셨습니다.                                          

    - 안종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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