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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백 팔순 두번째 이야기) 낙엽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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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이순근 댓글 0건 조회Hit 1,369회 작성일Date 12-11-26 00:52

    본문

    낙엽을 보면서...

    금년 가을에는 낙엽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가 나이를 먹는 것 같습니다. 여름에 그 푸르름을 떨치던 나뭇잎들이 힘없는 노란 잎으로 변색하면서 조그맣게 쪼그라드는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애처롭습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이효석의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는 일생동안 제 뇌리를 떠나지 않으면서 가을이 되면 불쑥 불쑥 다시 생각의 수면위로 떠오르곤 합니다. 특히 낙엽 타는 냄새가 갓 볶아낸 커피 냄새와 같다는 대목이 질문으로 던져집니다. ‘낙엽 타는 냄새가 정말 커피 냄새와 같은가?’ ‘이효석이 커피를 알았나? 그 당시 커피는 장안에서 굉장히 귀한 물건 아니었을까? 신선한 커피를 못 마셔봐서 낙엽 타는 냄새라고 한 것은 아닐까?’ 등 별 별 생각을 다해보곤 합니다. 그러다가 “백화점 아래 충에서 커피의 알을 찧어 가지고는 그대로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전차 속에서 진한 향기를 맡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효석의 글을 읽고 놀랐습니다. 생각 밖에 그 때도 신선한 커피를 마셨다고 생각하니 참 의외입니다. 요즘에야 비행기로 커피를 운반하지만, 그 당시는 배로 운반했을 것이고, 배가 적도를 지나면서 커피가 뜨거운 열기로 많이 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선한 커피를 조선반도에서 맛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인데, 이효석은 백화점에 가서 갓 볶은 커피를 사서 즐겼던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가 마신 커피가 아라비카가 아니라, 로부스타라고도 합니다만, 아무튼 그는 낙엽과 커피를 즐길 줄 아는 멋진 사람이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금년에 저는 낙엽과 커피를 연결시키기 보다는 낙엽과 열매를 연결시키고 싶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충북 영동에 있는 노근리 평화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영동은 본래 감나무로 유명한 곳이지 않습니까? 내심 감나무에 감이 풍성하게 열린 모습을 볼 요량으로 갔는데, 막상 가보니 때가 이미 지나서 아쉽게도 그저 꼭대기 가지위에 몇 개의 감이 감나무인 것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듬성듬성 달려있는 것을 본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도 그 몇 개의 감이 숭고해 보였습니다. 이것 역시 나이를 먹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생의 가을을 지나면서, 내 인생의 열매를 헤아려 보는 것이 자연스런 사색이 되었습니다. 올해 추수감사절을 준비하면서 특히 더 열매를 헤아려 보고 있습니다. 다애라는 열매가 조그맣게 열렸습니다. 비록 아직은 풋사과 마냥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다애나무에서 큰 열매가 맺어질 것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가을에 소년처럼 혼자 미소 짓고 있습니다.

    이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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